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주 52시간 근무’ 직격탄… 공사비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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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들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지난달부터 시행됨에 따라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사들이 근무시간 제한에 따른 피해를 공사비 증액 등의 방법으로 정비사업 조합에 고스란히 전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제도 도입 전 충분한 논의나 협의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행한 부작용이 결국 서민들인 조합원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관련제도의 완화 및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건설업계 “공사비 인상 불가피”
지난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2020년 1월에는 50인 이상, 2021년 7월에는 5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기업으로 확대된다. 올해부터 3년 내에 최대 법정근로시간을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무려 16시간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종합건설사들을 비롯해 하도급 공사를 하는 전문건설업체, 설비업체들도 인력 규모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이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주 52시간 넘게 초과 근무를 시키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건설업계는 발등 위에 불이 떨어졌다. 공사기간(공기)을 맞춰야하는 건설업의 특성상 현장 근로자의 경우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많은데 이번 정부의 조치에 따라 타격이 불가피해져서다. 특히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공기 내에 공사를 마무리할 수 없는 데다 공기 지연을 피하기 위해 추가 인력 및 장비를 투입해야 해 공사비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건설정책 과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총 공사비를 평균 4.3% 높이며, 인력 수급 차질, 투입 인력 증가로 인건비 상승도 야기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인력을 늘렸을 경우 총 공사비가 최대 14.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직접노무비는 평균 8.9%(최대 25.7%) 늘고, 간접노무비는 12.3%(최대 3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은정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이 받는 피해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공공사의 경우 계속 적정공사비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가 증가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민간공사 역시 인건비 증가가 결국 상품을 사용하는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GS건설 도시정비사업팀 관계자는 “건설업 특성상 기상요인과 민원발생 등으로 1년 중 공사가 가능한 날짜가 일반 제조업에 비해 크게 적은데 정부가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문제”라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기를 맞추기 위해 인부를 늘린다 해도 오히려 기존 인부들 능률이 떨어져 정해진 공기를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천2구역 등 시공자 공사비 인상 움직임…조합 피해 불 보듯
문제는 이번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피해를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조합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는 일선 정비사업 현장에서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1호 뉴스테이(현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연계형 정비사업장인 인천시 부평구 청천2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주민총회를 열고 기존 시공자인 대림산업과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대림산업이 착공 시기가 당초 계획보다 1년 반 정도 지연됐다는 이유로 공사비 400억원을 인상하겠다고 조합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본지가 입수한 대림산업의 청천2구역 공사도급 변경내역에 따르면 3.3㎡당 공사비는 기존 365만6천324원(작년 12월 대안설계 기준)에서 382만8천37원으로 17만1천713원(4.5%) 상승했다.
세부 공사비 인상요인을 살펴보면 △착공시점까지 물가변동 △임대리츠 마감재 추가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가 △입찰보증금, 기존 대여금에 대한 지연이자 △법규 및 정책변경에 대한 제반비용 등이다. 이중 근로기준법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가액은 전체 공사비 인상액 중 약 26%(3.3㎡당 4만3천599원)를 차지해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박상규 청천2구역 재개발 조합장은 “청천2구역의 조합원 1인당 자산은 대부분 1억원 미만에 그쳐 대림산업이 인상한 공사비로 사업이 추진되면 개인당 추가분담금은 4천만~5천만원에 달해 조합원들은 집을 팔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림산업의 공사비 인상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어 시공자 교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청천2구역 등 이미 시공자를 선정한 사업지 뿐만 아니라 최초 시공자 선정을 앞둔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지에서도 공사비 인상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일부 건설사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력·장비 확충 비용들을 공사비 인상안에 포함시켜 조합에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건설사 정비사업팀 관계자는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해 공기가 연장되고 공사비가 늘어날 경우 시공자 입장에선 자신들의 귀책사유가 아닌데 기존 계약대로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가 쉽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 공사비 인상안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의 관계자는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사업이 유지될 수 있는 필수요건은‘사업성’인데 사업성을 좌지우지하는 공사비의 증액은 사업시행자인 조합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결국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건설사가 아닌 대부분 서민들로 구성된 조합원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제도 도입 전 충분한 논의나 협의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행한 부작용이 결국 서민들인 조합원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을 비롯해 정비사업지에 부과되고 있는 각종 규제 완화 및 폐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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